원화 가치 급락과 금융시장 불안… 경제계 ‘경고등’
원화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하며 금융시장에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2024년 12월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51원90전으로 마감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15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환율을 기록한 것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된 가운데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충격이 겹치며 원화 약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Fed의 통화정책, 시장에 여진 남겨
이번 원화 가치 하락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12월 18일 진행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Fed는 기준금리를 연 4.25~4.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그러나 내년도 금리 전망을 기존 연 3.4%에서 연 3.9%로 상향 조정하면서 시장은 이를 예상보다 매파적인 결정으로 받아들였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금리 추가 조정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한 시점에 도달했거나 부근에 다가섰다"고 언급했지만, 여전히 높은 금리 수준이 어느 정도 유지될 것을 암시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금리 하락 기대감이 약화되며 국내 외환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국내 증시 급락… 외국인과 기관 대규모 매도
환율 급등의 여파로 국내 증시도 흔들렸다. 12월 1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48.50포인트(1.95%) 하락한 2435.93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은 1.89% 내린 813.11을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각각 4343억 원과 5041억 원 규모의 주식을 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주요 대형주들 또한 크게 하락했다. SK하이닉스(-4.63%), 삼성전자(-3.28%) 등 IT 대표주들은 물론 LG에너지솔루션(-2.25%), 삼성바이오로직스(-2.89%) 등 다양한 섹터에서 약세가 확인되었다.
금융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만이 매수에 나섰으나,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개인은 8004억 원 규모를 매수했으나 하락세를 뒤집지 못했다.
경제전망 악화… 전문가들, "환율 1500원 가능성" 경고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더욱 상승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신한은행 백석현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이 12월 20일경 146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우리은행 투자전략팀 박형중 팀장은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시점 전후로 1500원을 넘어설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환율 상승에는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지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당국이 기준금리를 낮추는 선택지를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 및 금융당국, 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
위기를 인식한 정부와 금융당국은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는 외환 수급 개선과 연장시간대 외환거래 활성화, 세계국채지수(WGBI) 관련 거래 인프라 개선 등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민연금과 체결된 외환스와프 계약도 내년 말까지 연장하고 한도를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시장 변동성이 과도한 상황에 대비해 추가적인 안정 조치를 신속히 시행할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글로벌 환경 악화… 한국 경제, 전방위적 도전 직면
환율 상승과 증시 하락 외에도 한국 경제는 여러 악재와 맞물리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수 회복 지연, 수출 둔화 등으로 인해 2024년 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국과의 경제적 갈등까지 겹치며 대외적인 악재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또한, 국내 정치 불확실성 역시 경기 회복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이러한 요소들은 한국 경제가 글로벌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속 가능한 해법 모색해야
한국 경제는 현재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압력 속에 놓여 있다. 원화 가치 하락, 글로벌 경기 침체,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 외부 충격과 함께 기존의 부진했던 내수 문제까지 겹치며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이 제시한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는 동시에, 경제 전반에 걸친 지속 가능하고 구조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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