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야의 종 타종행사, 참사 애도로 대폭 축소… ‘조용한 새해맞이’
2024년 12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해 전국적으로 애도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들이 연말연시 행사를 축소하거나 취소하며 희생자를 기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참사는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비상착륙 도중 공항 외벽과 충돌하며 폭발해 승무원 2명을 제외한 탑승객 179명이 전원 사망한 비극적인 사고다. 정부는 즉각 전남 무안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2024년 12월 29일부터 2025년 1월 4일까지 일주일 동안 국가 애도 기간을 지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연말연시의 상징적인 행사들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행사, 사전 공연 전면 취소
서울시는 국가 애도 기간을 고려해 올해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행사를 축소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예년과 달리 타종식 외 모든 사전·사후 공연은 취소되며, 행사의 중심은 단순히 타종의 순간으로 압축된다. 타종의 순간에 맞춰 보신각 뒤편에 설치된 지름 30m 규모의 조형물 ‘자정의 태양’이 떠오르는 퍼포먼스는 예정대로 이어지지만, 이를 제외한 축하공연과 시민 참여 이벤트는 모두 제외된다.
행사 축소는 단순한 조정 이상의 의미를 띤다. 서울시는 ‘제야의 종 타종행사’를 통해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시민들에게 애도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발표했다.
안전 관리 대책 철저히 점검… 10만 명 예상되는 행사장 대비
이번 축소된 행사에도 보신각 일대에는 약 10만 명의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되며, 안전 관리 대책이 무엇보다 중점이 되고 있다. 이한경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제야의 종 타종행사 준비 현장을 직접 방문해 행사와 관련된 안전 대책을 꼼꼼히 점검했다. 행사장 주변의 인파 관리를 위해 지하철과 대중교통 일정이 연장 운영되며, 응급 상황에 대비한 의료부스와 한파 쉼터도 마련되었다. 또한, 사고 방지를 위해 무대와 관람 구역을 엄격히 구분하는 안전 펜스가 설치되고, 현장에는 다수의 안전관리 요원이 배치된다.
추운 날씨 속에서 진행되는 만큼 방한용품과 응급의료 물품의 준비도 확인됐다. 최소화된 행사에서도 시민 안전을 지키겠다는 철저한 준비는 이번 애도 기간의 무게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와 전국 주요 행사들 줄줄이 취소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연말연시를 맞아 기획된 행사들이 대거 취소되고 있다. 부산시는 해운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카운트다운 행사를 취소했으며, 광주시와 전주시를 포함한 여러 지방자치단체들도 제야 타종 행사를 취소하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대형 송년 행사 ‘서울콘’ 역시 전면 취소되었으며, K팝 공연과 인플루언서 네트워킹 파티, 카운트다운 행사를 결합한 ‘월드케이팝 페스티벌’도 열리지 않게 되었다. 광화문에서 예정된 카운트다운 행사 역시 조명과 음악 없이 순수 영상만을 상영하기로 결정했다.
지역사회 해맞이 행사 취소로 분위기 숙연
서울의 각 자치구에서도 해맞이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다. 중랑구, 구로구, 광진구 등 주요 자치구들은 해맞이 행사를 전면 취소했으며, 은평구, 도봉구 등은 합동 분향소와 같은 애도 공간을 마련해 희생자를 추모할 예정이다. 도봉구는 특히 의미 있는 공간으로 분향소를 꾸리며 기존의 해맞이 축제를 대체했다.
수원시와 고양시는 각각 서장대와 행주산성에서 예정된 해맞이 행사를 취소했고, 화성시는 합동 분향소 설치와 함께 특례시 출범식을 연기했다. 이런 대응은 이번 애도 기간의 깊은 슬픔을 반영하며,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
시민 반응과 혼선도 발생
이번 애도 기간 동안 사회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일부 상황에서는 논란도 발생했다. 한강 유람선 불꽃놀이가 논란의 중심에 섰으며, 온라인 상에서는 이를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관련 주최 측은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국민정서에 공감하는 모습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한편, 서울광장의 스케이트장 역시 음악을 틀지 않고 조용히 운영된다는 점이 시민들의 협조를 얻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애도의 취지를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장소 곳곳에 관련 표지판 및 안내문을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조용한 새해맞이… 참사의 여파, 통합된 슬픔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애도 기간은 단순히 몇 가지 명목상의 행사 취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연말과 새해를 맞는 방식 자체를 성찰하게 만든 계기가 되고 있다. 애도와 자제를 선택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일치된 합의는 국민들이 비극을 깊이 새기고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올해의 마지막 밤, 보신각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전국 각지에서 고요히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새해를 맞이하는 모습은 대한민국의 슬픔과 연대의 힘을 상징할 것이다. “조용한 새해맞이”라는 표현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이번 연말, 타종 한 번 한 번에 담긴 무게는 평범한 새해와는 사뭇 다른 역사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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